22.05.22 신경쓰이는 사람

 나에게는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작년에 캠페인을 하면서 만났던 동료인데 몇 번 만나면서 친해진 여자 동료다.

작년 초에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길래,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마음을 접었다. 

친해진 동료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헤어질 시기에 그 남자친구와 술도 마셨지만 솔직히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표면적으로 위로하는 말을 했으나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전 남자친구가 술자리에서 사실 내 전 여자친구에게 마음이 있었지 않냐면서 물었을 때는 뜨끔했지만 아닌 척 발뺌했다.

나는 어떤 직원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서(사실 그 직원에게 좋은 감정도 있었다.) 헤어진 애하고는 친한 사이라고만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사실 사귈 기회만 있으면 사귈 마음은 엄청나게 있었다. 

나는 그에게 확실하게 마음을 정리하려면 끝까지 전화를 하라고 조언을 했다. 혹시나 그 여자동료가 전 남자친구에게 마음이 남아있나 확인하고 싶었다. 내 이기심이 발로된 조언이었다.

결국에는 그 여자 동료와 전 남자친구는 확실히 헤어졌다. 기분이 좋았다.

여자 동료와 술을 몇 번 마시고, 7월달에 이르러서는 남녀 2대2로 놀이동산에도 갔다. 

코로나 시국이라 한산해서 많은 놀이기구를 타서 굉장히 즐거웠고, 특히 공포체험관에 들어갔을 때, 굉장히 무서워하며 내 등에 기대었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기분이 좋은 척 티를 내지는 않았다.) 정말 이대로 가면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7월말이 되어서 내가 수능공부를 위해서 캠페인을 그만두고, 1달 이후 즈음에 그 여자의 카톡에 어느 누군가와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나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어투로 단톡으로 넌시지 물어봤다. 남자친구가 생겼냐고 내 촉은 틀리지 않았다. 생겼더랬다. 내가 일했던 곳의 사람이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랜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윽고 난 깨달았다. 난 이 여자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그 여자의 행복한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이전 술자리에서 그 여자가 나에게 한번 본인에게 고백 예행연습을 해보라고 했을 때 진지하게 할 걸 하면서 후회하고 있었다. 왜 아닌 척 너에게는 고백을 하지 않을 거라면서 선을 두었을까하는 후회가 생긴 것이다.

후폭풍은 장난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우울감이 나를 엄습해왔다. 이윽고 나는 거의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수능을 봤고 망해버리고 말았다. 더욱 심한 우울감이 나를 지배했다.

이런 내 상황이 나에게도 부끄러웠지만 그녀에게도 더욱 부끄러웠다. 내가 아주 초라한 사람 같았다. 나잇값도 못하는 얼간이 같았다. 

너무 시험을 망쳐버린 탓에 원서접수를 할 엄두는 못 냈고, 정말 부끄러웠지만 다시 수능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전에 저질렀던 시행착오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수능이 끝나고나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꾸준히 하려는 노력만 해왔을 뿐이고 5월 말에 다다르는 상황에서 3~4권 정도의 분량만 끝냈을 뿐이었다. 꾸준히만으로는 안되는가 싶었다. 공부량을 늘리려고 매번 다짐을 해왔지만 하루에 해왔던 것들은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으려고하는 최소한의 공부시간 뿐이었다. 이렇게 하다가는 이번 해도 망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매번 반복되는 안일함이 이번에도 반복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다시금 목표의식이 생겼던 계기가 뭐였냐면, 그 여자가 연애를 하지 않는 것 같은 프로필이 올라와서이다. 남자와 같이 있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 남자가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경쟁자로 인식이 안되는 사람이었다. 그 남자의 사진이 올라왔다는 것은 2가지일 것이다.그 남자랑 사귀던가 아니면 최근에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신호일 것이다.

내가 추측하건데, 후자일 것이다. 그 여자가 그만큼 안목이 없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 남자친구와 사귈 때도 절대 남자친구 사진을 올리지 않았고 티를 많이 내지도 않는 성향이었기 때문에 만약 남자 사진이 올라오는 거라면 그 사람은 남자친구이거나 아닌 사람일 거고 그 남자의 매력도를 추측하건데 절대 남자친구는 아니고 최근에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 나는 희망이 생겼다. 올해 수능을 끝내고 만약 그 때도 남자친구가 없다면 나는 그 여자를 쟁취하기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리라라는 다짐이 생기고 있었다. 

더욱이 그 여자는 마음씨가 상냥해서 내가 수능을 망쳐 풀이 죽어있을 때, 술자리에 초대를 하기도 했으며 이따금씩 어떻게 지내냐며 내 안부를 물어보기 일쑤였다. 어제도 그런 문자를 받았다. 그런 문자를 받고나서 상대방에게 너는 정말 착한 사람인 것 같다라는 흑심이 가득 담긴 문자를 줬지만 그 여자는 그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 여자에게 나는 이번 해도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며 나의 상황을 전달했고 그 여자가 취업을 했고 밥을 사준다길래 수능이 끝나고나서 11월달 또는 12월달에 만나자고 전달을 했다. 여자는 흔쾌히 동의를 했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그 여자를 지금이라도 당장 보고싶다. 당장이라도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그렇지만 당장에 만난다면 그녀를 웃는 낯으로 보고야 말겠다는 내 목표의식이 희미해지고, 하물며 내가 만나서 용기를 내 고백을 한다 한들 내 주변상황이 그녀를 힘들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말 수능을 잘 보고싶다. 잘 봐서 입학장학금을 거머쥐고 돈 걱정없이 공부도하고 그녀를 만나고 싶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녀에게 즐거움도 못주고 걸림돌만 될 뿐이다. 


22.05.22 신경쓰이는 사람 22.05.22 신경쓰이는 사람 Reviewed by 선체로 on 5월 23, 2022 Rating: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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